세상에 소풍을 나왔다 하늘로 돌아간 부랄친구가 있다. 그는 여전히 20대이다. 그가 떠났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한동안은 헤어진 애인처럼 돌아서면 생각나더니 이제는 뜸하다. 가끔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보면 문득 떠오르는데 그 중 하나가 삼국지의 관우이다.
그 녀석은 관우를 정말 좋아했다. 어렸을 적 PC 게임으로 있던 삼국지. 관우로 삼국통일이 안된다고 투덜투덜 거리던 모습은 내가 삼국지에 대한 얘기를 대할 때마다 생각난다. 실제로 관우로 삼국통일이 되는지 여부는 잘 모른다. 그 게임을 해 본적이 없어서다. 그 녀석은 관우빠였는데 명장 관우를 보면서 생각이 났다.
관우는 정말 불세출의 영웅이다. 아니, 이 영화만 가지고 보면 영웅으로 만들어 졌다. 조조는 관우를 두고 속앓이를 한다. 마치 열렬히 사랑하는 여인을 보듯 관우 앞에서는 어쩔줄을 모른다. 조조에게는 관우는 언제나 영웅이어야 했다. 감독은 관우도 한낱 사람에 불과했음을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하지만 조조에게는 그런 관우는 존재할 수 없었다. 관우를 흠모하기도 했지만 그를 이용하기 위해서도 영웅으로 만들어야만 했었다고 얘기한다.
"늑대의 탈을 쓴, 양의 마음을 가진 자". 조조는 관우를 이렇게 지칭한다. 그리고는 "양의 탈을 쓴, 늑대의 마음을 가진 자"들이 그를 이용했고 또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얘기한다. 관우의 위대함을 인정하고 그의 능력을 흠모하여 곁에 두고 싶어하기도 했지만 그의 명성을 이용하려 했던 조조의 복합적인 심정은 "나 자신도 양의 탈을 썼다"는 마지막 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뭐 인물 묘사 보다는 심리를 다루는 거라 견자단이 관우를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사실 관우의 고정된 이미지와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견자단이라 좀 생소하긴 하다. 만일 감독이 관우도 범인들과 같은 평범한 사람일 뿐인 것을 보여주기 위해 외적으로 그리 튀지 않은 배우를 선택했다면 수긍할만도 하다. 큰 덩치와 우락부락한 생김새라면 그 외형만으로도 평범한 사람이라고 표현하기 곤란했을 수도 있을테니까.
언제나 역사를 자기만의 시각으로 해석하는 것은 흥미롭다. 어차피 역사는 승리한 자의 것이니 후대가 다른 시각으로 본다고 해서 불만을 가질 필요는 없어 보인다. 조조와 관우의 시점으로 본 이 영화는 관우의 오관돌파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결투 신은 제일 첫 장면 빼고는 그닥 볼것이 없어 보인다. 유비는 3~4컷이 나오는 것이 전부고 장비는 그나마 뒷통수 나오는게 다다. 뭐 내 기억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니 태클은 정중히 사양한다.
황제 또는 천제와 조조가 들에서 일하는 장면이나 관우가 유비의 후처를 연모하는 것과 같은 내용은 이전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내용이다. 이문열의 삼국지를 읽었지만 난 삼국지 내용이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그저 무협지 정도로만 여겨지는데 계속 반복되는 전투신으로 인해 유명한 전투를 제외하고는 그닥 남아 있지도 않고 인물들도 초딩 수준으로만 안다. 뭐 삼국지에 일가견이 있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그에 견주자면 보잘 것 없지만 이 영화는 역사의 삼국지가 아닌 조조와 관우의 삼국지를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니 그리 크게 무안해 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관우의 형제애와 의리, 죽음에 대한 당위성을 찾기 위한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만약 조조와 약속했던 원소 처단을 황제에 의해 방해받지 않고 실행했다면 삼국지의 역사는 달라졌을까? 더 많은 살상을 피하기 위해 조조와 약속했던 관우가 계획을 실행했다면 유비와 관우는 서로 원수지간이 되었을까? 조조는 관우를 통해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을까? 결과가 나와 있는 역사이지만 궁금한건 궁금한거다.
서두에서 얘기했던 그 친구 녀석은 지금 관우와 회포를 풀고 있을지 모르겠다. 참. 말이 안통해서 힘들수도 있겠구나.
어이 친구~ 관우에게 물어봐 줄래. 정말 조조는 삼국지연의에 나온 인물상이 고대로인지 말야. 선악 구분법으로 악인으로 분류되는 것이 기분 나쁘지 않은지 말야. 내 가까운 미래에 자네 따라 올라가면 얘기해 달라고. 그때 쯤이면 너도 관우랑 의사소통쯤은 될 것 같아서 하는 얘기야.
오랜 만이네. 잘 지내고 있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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