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아이패드용 '더 데일리' 구독 서비스가 진행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미디어 유통의 대가로 30%의 대가를 원했다. 많은 논란과 함께 미디어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애플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폭리를 취하려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오늘 구글은 "원패스"라고 이름 지어진 미디어 구독 서비스를 발표하고, 에릭 슈미츠 구글 CEO는 자신들은 10%의 수수료만 요구하겠다고 얘기했다. 여기에 많은 미디어 업계들은 반색하며 반기는 분위기다. 애플의 그것보다 아주 합리적으로 느껴지는 모양이다.
스티브 잡스가 밝힌 구독 서비스의 애플의 방식은 2가지이다. 소비자가 애플의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여 결제를 하면 그 금액의 30%를 수수료로 가져 가는 방식과 콘텐츠업체 자체 결제 서비스를 이용했다면 100% 업체 것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결제 시스템은 업체가 자체 구비해야 하고, 결제가 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앱스토어 이용에 별도의 비용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만약 애플 결제 서비스를 이용했다면 소비자의 동의 없이는 해당 업체에게 고객정보를 넘기지 않는다는 조건도 곁들여져 있다. 일견 애플의 이런 말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조금 더 들여다 보면 몇가지 제약이 있다. 살펴보자.
콘텐츠업체가 애플의 30% 수수료가 아까워서 자체 시스템을 구비해 놓는다고 하자. 소비자의 구독료를 고스란히 업체의 수익으로 남기고 싶다면 이와 같이 구성하면 된다. 그런데 여기에 애플이 한가지 조건을 달았다. 콘텐츠업체 자체 결제시스템 하단에 반드시 앱스토어로 들어가서 결제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앱스토어에서 할거냐 콘텐츠업체에서 할거냐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해야한다. 업체들은 팔짝 뛸 일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앱스토어에서는 콘텐츠업체 자체 결제시스템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애플이 그럴리가 없다. 왠지 우리나라 갑과 을의 나쁜 예시를 보는 듯 하다.
구글의 10% 수수료 외에 구독 고객의 정보를 업체 자체로 관리하게 하겠다고 한다. 완전히 유통만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그 외에 별다른 정보가 나와 있는 상태가 아니다.
현재 앱스토어에 올라오는 어플들의 배분 기준도 7:3이다. 애플이 유통망을 쥐고 30%를 떼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앱스토어에서만 1억불을 챙긴 애플이다. 미국의 개발자들에게 이 수익 구조에 대한 생각을 조사 했었다. 70%보다는 많이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고 대답한 비중이 높았다고 한다. 물론 하나마나한 조사이긴 하다. 자신이 더 가져가길 다들 원할 테니까.
이 수익구조를 그대로 구독 서비스에도 적용했다. 한가지 다른 결제 방식을 마련해 놓고 그걸 사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제공하긴 했지만 거의 같은 기준이다. 신문을 앱스토어에서 결제하여 구독하면 그 수익 중 30%를 애플이 가져가게 된다. 애플의 입장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더 불합리 하겠지만)
유통망이나 마케팅을 할 수 없는 개인 개발자로써의 수익 분배 구조와 업체대 업체의 수익 분배 구조가 같은 것은 왠지 맞지 않아 보인다.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 유통과 마케팅을 애플이 맡아 준다니 개인인 개발자들은 기꺼이 자신의 결과물을 스토어에 올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업체는 좀 다르다. 게다가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언론과 미디어 산업과의 계약 관계라면 그들은 아마 좀 많다고 얘기할 것이다.
구글의 "원패스"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구글은 1석 2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애플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고, 미디어 산업계의 환영을 받고 있다. '더 데일리'에 대한 구독 서비스를 적용하고 있는 것 말고는 애플의 구독 서비스는 활발하지 않다. 콘텐츠 업체들이 애플과의 계약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애플의 처사가 부도덕하고 너무 과한 수수료는 뻔뻔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콘텐츠 업체들은 구글의 이번 결정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안드로이드 기반 기기들이 이번 결정으로 인하여 판매량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도 예상한다. 구글의 "원패스"는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1의 화룡점정 같은 느낌이다.
애플은 이번 전시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마치 참석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현 시점에서 IT분야의 가장 영향력 있는 업체는 분명 애플이다. N97로 명명된 아이폰 미니 출시설이 흘러나오면서 관심을 집중시키더니, 최고 스마트폰으로 아이폰4가 선정되면서, 한껏 세를 과시하던 안드로이드 진영에 찬물을 부었다.
회사의 중심인 스티브잡스가 지병으로 인해(6주 시한부 보도가 나오고 있네요.) 자리를 비운 사이 애플의 힘이 좀 빠지는 느낌이었지만, 몇 가지 루머들이 나돌면서 관심을 지속시킬 수 있었다. 그런 시점에서 구글이 애플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갈기는 발표를 했다. 이미 많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구독 서비스로 마무리를 하려 했던 애플이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애플이 아픈 뒤통수만 부여잡고 그냥 있을 지 두고 볼 일이다.
아이폰4가 최고 기기로 선정되었을 때 국내 제조사들은 아쉬워했다고 한다. 국내 제조사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그 길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은 "원패스"와 같은 콘텐츠 점유에 대한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글의 "원패스" 서비스가 발표되고 나온 여러 반응 중에 안드로이드 기기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구글이 직접 제조하는 기기는 단 한대도 없었지만 마치 모든 기기를 구글에서 만든 것 같은 모양새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애플의 최고의 강점은 역시 방대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기기들을 생산하기만 하면 되는 애플이 얼마나 즐거울지 상상이 된다.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단 시간에 아주 많은 것을 이룬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자신의 영역을 확고히 하기 위해 콘텐츠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확보된 콘텐츠가 바로 힘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시간은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 보다 느리다.
구글이 이렇게 나온 이상 애플도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콘텐츠 제공업체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계약 조건이나 수익 분배 구조를 바꾸는 일을 감행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애플이 과연 이걸 해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애플의 이번 상대는 구글이 아닌 여론을 끌고 다닐 수 있는 미디어 업체들이어서 더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애플이 폭리를 취하고 독선적인 행태를 보인다고 흔들게 뻔해 보인다. 거기에 구글의 양념까지 곁들여져서 애플이 잼처럼 흐물흐물 해질지 지켜볼 일이다.
현 시점의 IT 시장은 아주 치열하게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한가지 놓치고 있는게 있다. 애플이나 구글 그리고 좀 힘빠진 듯한 MS는 모두 미국 기업이라는 것이다. 그들중 누가 수위를 차지하던지 미국의 기업이 현재나 미래의 IT 산업을 좌지우지 한다는 점이다. 애국심을 고취해서 국내 제품 애용하자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IT 선진국이라는 우리나라의 우매함이 얼마나 우스운지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우리끼리 아무리 잘한다고 외쳐봐야 구글이 삼성의 뒤통수를 치다라는 포스트 제목은 나오지 않는다.
난 삼성 또는 국내업체가 구글의 뒤통수를 치는 걸 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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