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다른 얘기지만 미국 100대 기업의 30년 생존율은 21%라고 한다. 즉 상위 100위 안에 있던 기업들 중에 30년 후에도 지속되는 기업이 불과 21개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이 사라지는 이유는 아주 다양하겠지만, 트랜드를 읽지 못하거나, 무리한 사업확장, 예상치 못한 사건 발생 등 기업이 무너질 요소는 너무나 많이 산재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노키아의 요즘 행보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노키아는 핀란드의 기업이다. 1865년 노키아 강변에 제지펄프 공장을 설립하면서 기업이 시작되었다. 그 후 제지산업을 하던 것에서 벗어나 1960년대 본격적으로 통신(장비)사업 진출을 하게 된다. 한때, 1980년대 말 핀란드 금융 위기와 주요 교역국이었던 소련의 붕괴로 몰락할 위기 직면하게 된다. 당시 핀란드 실업률은 18%로 국가 부도 위기 직면하기도 했다. 통신산업을 시작한지 불과 20년 만에 회사의 존립이 위협받았던 것이다. 위기를 극복한 노키아는 1988년 에릭슨의 데이터 통신 부문을 인수하여 휴대폰 시장 점유율 1위 지키게 된다.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만이 명함을 내밀수 있었을 뿐 난공불락인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에릭슨을 인수했던 시점부터 약 20년 가량 지난 2010년의 노키아의 점유율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에게 왕좌를 내주고 말았다. 20년의 주기를 두고 또 다시 위기가 온 노키아는 이렇게 MS의 손을 잡는다.
모바일 분야에서의 MS는 그 이름이 창피할 정도다. 2010년 4분기 자료를 보면 삼성의 code 라는 제품으로 단말기 순위 22위를 기록한 것 정도가 그나마 봐줄만한 상황이다. OS 점유율도 아주 낮은 수준이다. MS의 이름에 비하면 이 성적표는 차라리 없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구글과 애플에게 힘 한번 써보지 못할거라고는 그 누구도 쉽게 예상한 일이 아니였을 것이다.
불과 2년전 심비안 OS는 점유율 1위를 하고 있었고, MS의 PC 시장에서의 OS 점유율을 생각하면 두 기업의 모바일 분야의 최근 모습은 흡사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다.
하지만 PC 시장에서의 MS의 국내 점유율은 가히 압도적이다. PC시장의 MS의존도는 너무 심할정도 라고까지 느껴진다. 반면 노키아의 한국에서의 성적은 이렇다 한게 없었다. 외국 제조사의 제품 중에는 모토롤라만이 그나마 판매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사실 노키아 외의 외국의 어떤 제품도 우리나라 시장에서 성공하기는 어려웠다. 피쳐폰 시장의 가장 발빠른 업체이고 선도기업중에 하나인 삼성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외국의 철지난 휴대폰들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보면 아이폰의 판매 대수는 정말 놀라운 일이다. 스마트폰 시장으로 너무도 빠르게 전환되게 만든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들 때문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노키아의 입지는 급격하게 축소되었다. MS 역시 모바일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미미할 정도로 약화 되었다.
최근 노키아의 사장이 임직원에게 돌린 이메일을 보면 현재 노키아의 절박한 상황을 느낄 수 있다. 노키아는 변화를 시도해야 했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MS와 손을 잡는 선택을 하게 됬다. 아마도 심비안 같은 독립 OS를 사용했던 노키아에게는 일견 개방성을 표방하는 안드로이드 보다 단일 플랫폼 형태의 MS의 윈도우모바일 선택이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노키아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음이 분명하고, MS의 OS를 받아 쓰게되어 한때 일등이었던 자랑스러움에 대한 박탈감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유통망 그리고 여전히 높은 점유율과 MS의 소프트웨어 능력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 보인다.
MS에 대한 국내 분위기는 우호적인 편이다. 높은 점유율과 함께 기형적인 웹 기반에 의존되어 MS의 소프트웨어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다. 이런 기존 PC시장과 모바일 분야가 연계가 잘 될 경우 노키아의 윈도폰7 기반 스마트폰이 성공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질 수 있다.. MS의 풍부한 소프트웨어와 기술력을 스마트폰과 연동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같은 플랫폼의 호환성은 아주 큰 파괴력을 지닐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xbox와의 연계도 큰 장점 중에 하나이다. 아마 이런 것들이 현실화 된다면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미래가 장미빛 만은 아니다. 노키아의 한국에서의 실패 원인 중 하나인 현지화에 대한 중요성을 잊지 않아야 하고, 높은 수준의 UX 기반의 사용성 확보, 완벽한 한글지원, 사용할 수 있는 많은 어플리케이션의 확보, 윈도폰7의 불안정성 해결 그리고 아주 낮은 인지도와 같은 불안요소들을 해결해야 한다.
앞으로 치열해질 노키아와 MS, 애플, 구글과 제조사연합의 3파전은 흥미롭다. 노키아와 MS 연합의 힘이 얼마나 거셀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한번 탄력이 붙게 된다면 기존 PC시장 같은 구조가 될 수도 있다. PC 시장에서의 IBM과 MS 연합, 모바일 시장에서의 노키아와 MS 연합. 흥미로운 구경이지만 우리 기업들의 입김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게 되는 현상을 목격하게 될까바 좀 조바심이 들기도 한다.
한때 휴대폰 점유율 3위를 노렸던 LG의 뒷걸음질을 보면 단순한 제조사의 한계성이 느껴진다. 제조업이 산업의 근간이던 구조에서 소프트산업의 비중을 높이는 구조로 바뀌는 분위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것은 삼성, LG의 의무인 것이기도 하다.
2011년 기업들이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지 예상하기 힘들지만 어떤 상황이든 구글, 애플, MS 가 웃고 있을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삼성, LG, 기타가 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참고 : 기업의 생존조건 : 변해야 산다, 글 허소길 전무 / (주)동부 시스템컨설팅, http://www.dongbu.co.kr/group_webzine/column/0301.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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