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알파고 제1국
출처 : https://deepmind.com/research/alphago/match-archive/alphago-games-korean/
판후이 프로의 코멘트가 해석되어 있는 버전임
Lee Se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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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국 - 여명
해설: 판후이
전문가 분석: 구리, 저우루이양
번역: 이하진
나는 가끔 중요한 대국을 앞두고 불면증에 시달리지만 이번 대결의 첫 대국을 앞두고는 제법 잘 잤다. 아마 내가 직접 두는 것이 아니어서 그럴 것이다. 조식 때 보니 팀원들의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나는 이미 결과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믿고 있었다.
대국장에 들어서니 시계가 12시 3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25분 후면 대국이 시작될 것이다. 스태프 팀의 몇 명이 대국장 내에서 카메라 장비의 최종 점검을 하고 있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나를 부르더니 얼굴에 파우더를 칠해주며 중계 중 얼굴에 빛이 반사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대국장 내 스태프들이 바빠 보였지만 실은 모두가 대국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12시 40분, 이세돌이 부인, 딸과 함께 대국장에 들어와 바둑판 앞에 앉았다. 그의 딸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마치 대국장에 앉은 아빠를 처음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이세돌이 딸을 보며 미소지었다.
스태프 팀이 이세돌에게 생중계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했고, 이세돌이 대국장을 잠시 떠났다. 그가 자리를 비우자 설명하기 어려운 압박감이 대국장을 감싸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결과를 고대하는 긴장감 보다는 대국이 시작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는 불확실함 같은 것이었다.
대국장은 제법 큰 공간이었다. 대국자와 심판, 계시원이 앉는 테이블 외에 알파고 팀과 중요한 손님들이 현장에서 대국을 관전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고, 생중계 해설을 볼 수 있도록 큰 스크린도 설치되어 있었다. 물론 카메라는 대국자와 바둑판을 비추도록 설치되어 현장 관전자와 스태프 팀은 중계에서 보이지 않았다.
12시 47분, 한국인 심판과 계시원이 대국장에 들어왔다. 심판은 프로 8단의 기사였으며 주요 역할은 대국 개시 및 최종 결과 선언이었다. 이번 대결이 펼쳐지는 동안 매 대국 다른 프로기사가 심판 역할을 맡았다. 계시원은 여자였는데, 아마추어 기사이며 대국자가 초읽기에 몰렸을 때 초를 읽어주는 역할을 하였다. 나와 같이 그녀도 다섯 대국에 모두 참여했다. 그곳에서 나의 역할은 단 하나였는데, 어느 한 쪽이 포기하지 않고 대국 종료 시 계가를 해 최종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비록 언어장벽 때문에 심판이나 계시원과 대화를 나눌 수 없었지만 나는 그들의 눈빛에서 이세돌이 이길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대결의 첫 대국인만큼 모두가 긴장한 모습이었다. 바둑 역사에서 이렇게 큰 대결은 처음이었다. 구글은 바둑 대회 진행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카메라의 앵글, 타이밍, 대국자들의 입장 순서, 국후 기자회견 등 하나 하나 사소한 것까지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바둑 대회 진행에 능숙한 바둑인들도 구글이 이번 대결을 진행하며 보여준 프로페셜널리즘, 열정, 진실함 등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 느껴졌다.
스크린의 카운트다운이 0으로 바뀌자 이세돌과 아자 황이 대국장에 들어와 바둑판 앞에 앉았다. 돌가리기를 하고, 아자가 백을 선택하였다. 알파고의 데이터에 의하면 미미한 차이이지만 알파고는 확실히 백을 선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