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와우라고 불리는 블리자드의 MMORPG 게임이다. 한때 온라인게임을 재밌게 즐긴 때가 있었다. 갑자기 온라인게임 얘기를 한 것은 블로그의 생태계가 마치 온라인 게임의 그것과 비슷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온라인 게임을 해봤지만 와우만큼 재밌게 즐긴 게임은 없었다. 아~ 샤이닝로어라는 내 생애 첫 MMORPG를 제외하면 말이다.
와우를 한참 즐기던 때, 아는 지인과 함께 길드를 만들었다. 그냥 이름에 길드명이 들어가면 멋있겠다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만든 길드는 의외로 많은 인원이 가입하게 되면서 큰 일처럼 되어 버렸던 기억이 있다.
처음에는 우연히 만난 유저들에게 길드 가입을 권하고, 같이 채팅하는 재미가 쏠쏠하게 느껴졌다. 게임에 접속하면 반갑게 인사해 주는 사람들 덕에 PC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게 됬다. 게임상의 필요한 부분들을 길드라는 이름 아래 공유하게 되는 경험은 좀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리 오래가진 않았지만 아직도 그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난 게임 외에 현재 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 빼고는 특별히 온라인 상에서 활동한 일이 없다. 내성적인 성격이기도 하고 딱히 내 의견을 붙일 만큼 중요한 사안은 없었으니까. 그래도 블로그는 가지고 있었다. 싸이월드가 한참 붐을 이루고 있을때도, 난 블로그에 더 관심이 있었다. 다만, 계정만 있을 뿐 활발하게 활동을 하진 않았다. 싸이월드는 가끔 도토리를 선물했던 기억말고는 아무런 기억도 없다. 좁은 화면의 불편함은 차치하고서라도 오프라인의 인맥을 온라인으로 까지 끌고 들어가기엔 내가 너무 게을렀기 때문일까?
블로그에는 쓰던 글은 펌 자료나, 낙서 수준이었고, 웹에 내 생각을 적어 오픈한다는게 참 쑥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던 시점이었다. 당연히 블로그와는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내가 작성하는 코드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를 해 보고 싶은 마음에 블로그에 시간을 투자하여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게 2010년부터였고 지금은 티스토리에 이렇게 내 의견을 적는 것까지 오게 됬다.
처음에는 자바스크립트나 간단한 프로그램을 작성, 소스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글을 올리게 됬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갤럭시탭의 기사가 삭제되기 전 화면을 캡쳐하게 되었고, 그 내용을 블로그에 재미있겠다 싶어 아무 생각없이 올려놓게 된다. 그런데 그 글이 트위터의 라인에 소개되면서에서 폭발적인 접속률을 기록하게 된다. 그 사건에 의해서 "오~ 이거 생각보다 재밌는데"라는 생각을 하게된 계기가 된 것이다.
늘어나는 방문자가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힘을 느끼게 되었지만, 무언가 2% 정도 부족한 것을 느꼈다. 그래서 조금 더 알아보니 메타블로그라는 것이 있고, 그 사이트의 용도는 블로거들의 놀이터라는 것도 알게 됬다. 그후 메타블로그를 들락거린지 한달 정도 지나자 이 곳의 생태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 블로그 스피어도 일종의 게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구독을 주고 받으며 길드를 구성하고, 게임 속의 사냥을 떠올리게 하는 끝없는 포스팅. 레벨이 올라갈수록 단 한번의 실수로 쌓아올린 경험치를 순식간에 잃을 수 있는 이 온라인 게임 같은 생태계.
블로거끼리 길드를 형성하여 큰 무리를 이루고 있고, 그 무리는 배타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블로그 생태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 무리안에 같이 동참을 해야하는 것처럼 보였다.
위에 얘기했던 와우의 길드는 2년 정도 지속 되었는데, 나는 채 6개월을 넘기지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처음의 반가움은 부담감으로 변해가고, 끝없는 길드원들의 요구는 나를 지치게 만들기 시작했다. 즐겁게 하던 게임은 길드의 눈치를 보는 상황으로 바껴가고, 늘어나는 인원만큼 발생빈도가 높아져 가는 문제들. 뭔가를 하기 위해서 그와 관련된 길드원들을 배려해야 하고, 신경써야 하고,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되버렸다.
즐겁게 즐겨야 하는 게임이 일처럼 되어 버린 것이다. 결국 게임에 접속하는 날이 점점 줄게 되더니 어느 날 모든 계정을 삭제하고 컴퓨터에서 게임을 지우게 됬다.
지금 내가 블로그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딱 온라인 게임의 길드를 막 만들기 시작할때 들었던 감정과 비슷한 것 같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고, 그들의 관심사나 나의 관심사를 공유하게 되고, 서로의 필요에 대해 배려하고 관심을 가지게 되는 그런 단계 말이다. 지금은 아주 재밌있다. 마치 새로 시작하는 온라인 게임처럼 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블로깅이 일 처럼 느껴질까봐 두렵기 시작한다. 특정한 목적의식이 생기지 않아야 하는데, 자꾸만 욕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나도 그 집단에 소속되어 소통이라 불리는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무척 고민을 하게 된다.
현재 블로그스피어는 온라인 게임처럼 높은 레벨의 블로거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그들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새로 그 게임에 참여하는 신생 게이머들의 선망의 대상이자 타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우수 블로그, 파워 블로그 같은 휘장이나 훈장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그들을 볼때면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 안쓰럽기도 하다. 그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매일을 고민하고 있을 모습이 상상되기 때문이다.
불과 100일이 채 안된 초보 블로거지만 블로그 스피어의 생태계가 마치 예전에 했던 게임과 같아서 주절주절거려 봤다. 블로그 스피어에서 상위 레벨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딱 한가지만 얘기하고 끝내겠다.
어떤 온라인 게임이든 새로운 유저가 신규유입이 되지 않는다면 그 게임은 곧 망하게 된다. 무리 또는 집단은 피라미드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자신의 이웃 관리에도 시간이 부족하겠지만 저변의 확대도 중요하다. 대다수의 양민 블로거들에게 그들만의 리그같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지 않은지 고민해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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