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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기기

사진찍히기 싫어하는 촌놈이 캐논 60D DSLR을 장만하다.

by zoo10 2011. 2. 8.

순전히 발끈 모드로 인해 괜한짓을 한게 아닌가 싶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손에는 60D 라는 DSLR 이 떡하니 들려 있더라 말이다. 에혀~

둘째 돌사진을 찍기 위해 이런저런 스튜디오를 기웃거리면서 견적을 받아보다가 진짜 울컥 하는 심정으로 카메라 구입을 결정해 버린 얼치기 구매자. 안봐도 비디오 아닌가요? ㅜㅜ

사진 달랑 10장 들어가는 앨범 하나랑 쬐그만 액자 하나에 40만원이라는 소리에 발끈한 것이 화근이었는데. 첫째 돌사진 때도 느낀 거지만 100장이 넘는 아이 사진 중에 앨범에 넣을 10장만 고르라면서 틀어준 슬라이드 쇼~. 구성진 가락과 함께 아이의 사진들을 보고 있자면 100장 다 앨범으로 구성해도 시원찮을 판이었다. 이때도 참 억울하다고 생각하면서 원판 구입을 망설였던 기억과 함께 든 생각 하나. "에이 하나 사서 내가 찍자"라고 꿈틀한 결과는 비어가는 통장 잔고 ㅜㅜ

이렇게 아주 간단한 사연으로 결혼전에 장만한 똑딱이 하나면 내 평생 충분할 거란 생각은 단 몇 시간만에 물거품이 되고 내 앞에 놓여있는 커다란 박스하나. 그 박스에는 EOS 60D 라고 선명하게 찍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생긴 장난감을 선물받은 아이 마냥 키득거리면서 만면에 미소를 뛰운채 박스 포장을 열면서 일어났던 그 알 수 없던 흥분감. 하하하. 내가 너와 만나기 위해 여태 그 많은 카메라들을 지나쳤나 보다라고 애써 위안 삼으며 조심조심 내용물들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도 많은 검색을 통해 읽어내린 수많은 글들을 뒤로 하고 눈탱이 맞은 표준 번들 렌즈 하나 ㅡㅡ;;. 딴에는 2만원이나 깍았다고 좋아했지만 인터넷 최저가 보다 1만 5천원이나 더 주고 산 표준 번들렌즈;;

이래서 나는 내가 잘 모르는 영역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기가 무척 두렵다. 세상에는 나 같은 멍청이를 노리는 승냥이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래도 어디서 본건 있어가지고 수많은 패키지의 유혹을 이겨내고 바디 하나와 표준 번들렌즈 하나로 일단 첫 구매 마무리. 하하; 나 나름 스마트 소비자인듯~. 나보다 더 카메라를 오메불망 기다렸던 와이프에게 박스 개봉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 위해 3시간 이상 박스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던 그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드디어 바디와 렌즈를 결합하고(마운트라는 고급용어도 이제 알게됨 ;;) 첫 셔터를 누른 순간. '응?? 뭔가 이상한데.'

난 똑딱이 살때 패키지로 구매했던 생각이 불현듯 떠오르며 SD 메모리 카드가 기본 탑재인줄로만 알고 메모리 카드 없이 연신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하하하;; 와이프가 날 민망할 정도로 한심하게 쳐다보던 그 눈빛이란~~. 마치 물 안내려가는 변기에 응가하고 나오다가 다음 사람과 눈 마주친 그런 상황?? "물 안나오는지 몰랐어요~."처럼 "원래 기본 탑재인줄 알았어"라고 들릴듯 말듯 웅얼거리고 있던 나. 하하.

그래도 다행스럽게 똑딱이에 사용중이던 2GB 짜리 SD 카드로 응급처방하여 가장의 권위를 그나마 회복했을 즈음 와이프가 던지는 한마디. "단렌즈가 있어야 된다고 하던데. 애들 사진 찍으려면." 응? 이건 또 왠 전문용어의 등장인가? 사진관을 운영했던 와이프의 친구가 아이들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단렌즈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는 전갈이었다. 아하하. 난 다시 블랙홀에 던져진듯 우주미아가 된 기분으로 "그게 뭔데??"라고 되물을 수밖에. 그것도 모르냐라는 눈초리로 나에게 "나도 잘 몰라. 근데 그렇데"라고 되묻는 아내. 난 그날밤 DSLR 초보 탈출기를 보며 하얗게 밤을 지새웠다. ㅜㅜ

그렇게 터득한 DSLR 입문을 위한 그들의 용어들을 습득하며 2레벨로 상승하기까지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었다. 아~ 난 여태 뭘하고 살았던가.

최초의 사진찍기를 위해 일부러 웅진 플레이도시의 치로와 친구들 놀이터에 아이들을 데려다 놓고 "자~ 지금부터 뛰어~"라고 채찍질하며 졸졸 따라가면서 사진을 열심히 찍어댔다. 나의 DSLR 첫 출사는 이렇게 망했다. 아하하. 사진 속에서 순간이동하는 첫째. 눈을 반만 뜬 둘째. 더헛~. 사진을 찍는 다고 다 찍는게 아니구나.

그리고 예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던 다른 아빠들의 손에 들려있는 삐까번쩍한 렌즈들과 후드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하하; 이건 200, 저건 100, 오~ 저 가방 죽인다~. 난 또 그 날밤 침대에 누워 천장에 돌아다니는 렌즈들과 가방들을 잊기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2기가로는 택도 없던 메모리를 32기가 짜리 10 Class SDHC 메모리 카드로 구매하며 "아하하~ 좋아. 이 메모리카드 하나로 백만장을 찍어 주겠어."라고 미친척도 해봤다. 크하하.

난 지금 아이들의 실내 사진을 찍어줄 때 꼭 필요하다는 SIGMA 30mm F1.4 EX DC HSM 1(일명 삼식이)를 사러가고 있다. 아하하~.

이렇게 된 이상 앨범 한개와 액자 한개에 40만원이라고 한 그 스튜디오에 가서 따져야 겠다.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이 정도 비용은 수업료라고 생각하죠 뭐~. 안녕~"

이렇게 말이다.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