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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뉴스

IT 기기, 이제 감성으로 소비자와 소통해야 할 때

by zoo10 2011. 2. 22.

기술의 발전 속도는 너무 빨라서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 정도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품 중에 대중에게 선택받는 것은 몇 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의 IT 기기 중에 화제를 뿌리는 것은 단연 스마트폰과 타블렛이다. 과거부터 쭉 있어 왔지만 지금처럼 대중의 관심을 끌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내 기준으로 판단하건데 이런 세계적인 흐름을 만들어 낸 것은 애플의 힘이 어느정도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애플은 최초가 아니였지만 일정 부분에서 분명히 최고이다. 스마트폰인 아이폰과 타블렛인 아이패드 그리고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은 단일 기기들로는 세계 제일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여전히 진행중이다. 최근의 그들의 기기들은 출시와 함께 사회 전반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업그레이드가 된 제품의 출시일을 기다리는 예비 소비자들도 많다. 출시 초기에는 제품을 예약을 해야 받아 볼 수 있으며, 새벽부터 줄을 서며 기다리는 충성 구매자도 적지 않다.

마치 소녀팬들이 자신의 우상인 연예인을 기다리는 듯하다. 애플의 제품을 기다리는 소비자와 소녀팬들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웃긴 얘기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국내의 모습을 살펴보자. 대한민국의 대표 IT 기기를 만들어 내는 업체는 삼성과 LG가 있다. 그들은 분명 세계 제일의 분야인 곳이 있다. 삼성의 휴대폰, LG의 디스플레이와 같은 부분은 세계 산업을 주도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은 조금 달라진 분야도 있지만 말이다. 세계 전자기기 시장을 주물럭거리기 위해서 삼성은 놀라운 속도전을 보여준다. 타업체에서는 엄두를 내지 못할 신제품의 출시가 그것이다. 피쳐폰 시장이나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의 속도와 많은 제품군을 감당해 낼만한 업체는 세계 어느 곳을 봐도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은 그들의 제품을 손꼽아 기다리지는 않는다. 가까운 미래, 2~3개월 후에 그들이 출시할 제품이 어떤 것인지 굳이 찾아서 알려고 하지 않는다.(물론 지금은 좀 바껴가고 있습니다만) 신제품 출시일에 제품 구매를 위해 줄을 서지도 않으며 첫 구매자라고 기사화 되지도 않는다. 소비자들은 그들의 제품을 선호하지만 기다리지는 않는 것이다.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제품의 완성도와 그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의 차이다. 애플을 사용해본 사용자들의 충성도는 여러 리포트에서 이미 입증된 바 있다. 그들의 기기나 서비스(국내는 예외인 것 같지만)는 새로운 구매가 있을 때 다시 애플의 기기를 선택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소비자가 애플의 팬보이든 일반 구매자이든 애플의 제품을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삼성의 기기들은 어떤가? 마땅한 경쟁자가 없던 시절의 삼성의 기기는 최종 결정 때 항상 구매 예상 목록에 있었다. 하드웨어 관점으로만 보았을 때의 AS는 나쁘지 않고 그 회사의 이름만 가지고도 어느 정도의 신뢰성을 가지고 구매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애플과 비교해서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삼성의 기기는 제품 자체의 만족 보다는 삼성의 이름을 보고 구매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다. 즉, 기기로서의 매력은 2차적으로 생각한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애플의 AS가 걱정되거나 잘 알지 못하는 외국기업이여서 구매를 꺼리는 소비자도 분명 존재하고 있다.

삼성의 기기들을 사용해 본 필자는 지금껏 사용해 왔던 제품들 중 이름이 생각나는 것이 없다. 그냥 애니콜이였을 뿐이다. 너무나도 많고 하루가 멀다하고 출시되는 그 애니콜들의 이름을 알 수가 없었다. 물론 애니콜이 이름 아니냐고 한다면 할 말 없지만, 애니콜로 명명된 기기가 너무 많아서 의미도 없다. 만족도가 높았거나 제품을 사용하면서 소비자를 지향하고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던 기기는 단언컨데 단 한차례도 없었다.

왜 그럴까? 왜 이런 의문을 이제서야 가지게 된 걸까? 이제서야 더 나은 제품을 접해 보았기 때문이다. 고객이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있는 제품을 만났기 때문이다. 사용하면서 처음 만족을 하는 제품을 만났기 때문이다.

애플의 광고를 보면 그 어디에도 과장된 면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심심해서 눈길이 간다. 반복적인 음을 내는 음악 사용과 제품의 기능을 간략하게 보여주는 그들의 광고는 3살짜리의 시선도 잡아둔다. 반복적인 음을 3살짜리도 따라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춤을 춘다. 어떤 유명인도 나오지 않고 제품에 대해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최신 CPU나 빠른 속도, 센서의 개수 같은 딱딱한 하드웨어 스펙 자랑은 관련 업종 사람들이나 눈길을 줄 뿐이다. 배터리 일체형의 불편함이나 화질의 선명도에 대한 문제들에 대중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면 그들이 신경쓰는 것은 아주 기초적인 것들 뿐이다. IOS나 안드로이드의 사용 여부는 여기 IT 블로거들이나 신경쓰는 일이다. 대중은 단지 자신이 편하게 쓸 수 있으면 된다. 아주 쉽고 불편하지 않으면 된다.

마치 애플과 삼성의 비교가 된 것 같아 아쉽지만 현 상황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다. 그 둘이 현재 시장을 이끄는 제조사의 위치에 있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두 업체의 행보는 조금 다르다.

혹자들은 애플의 기기들이 종교성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까지 하고 있지만 삼성에 대한 분석은 오로지 하드웨어 스펙 뿐이다. 이 둘의 차이가 무엇인지 느껴지는가? 시간이 지나면 멈출수 밖에 없는 하드웨어 성능은 분명 한계가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감성을 건드리는 것에는 한계가 없다고 하겠다.

Marketing Intelligence

감성 마케팅에 대한 여러 글들을 조합해보면, 대중에게는 감성으로 어필해야 하지만 대중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아주 이성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대중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 감성이란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 무엇이던지 통하는 게 있다고 느껴질 때만 움직이는 것이 마음 아니던가? 대중은 다양한 형태로 움직인 마음을 표출한다. 가까운 사람에게 자신의 제품을 자랑하며 홍보를 대신해 주거나 블로그와 같은 글로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해당 제품의 우수성을 알린다. 마음이 먼저 움직였다면 그 결과는 아주 여러가지 형태로 표현되게 된다. 아주 적극적인 홍보대행을 하는 것이다.

제품의 판매 이면에는 제품의 구매가 있다. 팔고 산다는 일정한 거래가 있었다면 어떤 형태로든 그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제품의 완성도를 이용하여 지속적인 만족감을 유발시키던가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통해서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경험하게 하던가 말이다. 내가 제품에 만족해하는 가장이라면 내 아내와 내 자식에게도 같은 회사의 제품을 손에 쥐어 주게 될 것이다.

마케팅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지만 한명의 소비자로 한 얘기이다. 감성 마케팅을 얘기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IT 기기도 충분히 따뜻한 느낌으로 팔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자랑스러운 한국 기업, 세계 최초, 세계 제일을 강조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못하면 외면 받고 잠시만 흐름을 놓쳐도 금방 저 멀리로 밀려나 버린다. 이제는 단순히 IT 기기를 판매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에게 판매한 제품을 계기로 제조사와 소비자가 친밀한 느낌이 들수있게 해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관계를 유지하려면 어느 쪽이든 조금 더 노력을 해야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지금은 판매자가 조금 더 노력해야 하는 시대가 아닌가 한다.

밥 한끼를 먹더라도 더 정성스런 밥상을 바라는게 인간 본연의 모습 아닌가?

 

음, 원래 이런 분위기를 글을 쓰려던 건 아니였는데 감성적인 글이 되어 버렸네요.
애플과 삼성의 싸움 붙이기를 위한 글이 아닙니다. 그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은 없었으면 합니다.